에어팟 맥스 2 (음질 변화, 노이즈 캔슬링, 구매 가치)

에어팟 맥스 2가 출시됐을 때 솔직히 처음엔 그냥 넘기려고 했습니다. 박스를 뜯고 나서 "달라진 게 뭐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거든요. 외관은 각인 하나 차이였고, 이어컵은 구형과 호환되기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귀에 얹어 음악을 틀었을 때, 그 순간 느낌이 좀 달랐습니다. 과연 84만9,000원짜리 헤드폰으로 부를 자격이 있는지, 직접 들어보며 정리해 봤습니다.



박스를 뜯고 나서 느낀 첫 번째 당혹감

2020년 12월 에어팟 맥스 1세대가 처음 나왔을 때도 말이 많았습니다. 당시 출시가가 71만9,000원이었는데, 그때도 소니나 보스의 프리미엄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이 30~50만 원 선에 살 수 있었으니까요. 그 두 배 가량 되는 가격에 '애플 프리미엄이 이 정도냐'는 반응이 꽤 있었습니다. 이후 2022년에 환율 탓에 76만9,000원으로 올랐고, 2024년에는 단자만 라이트닝에서 USB-C로 바꾼 리프레시 버전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이번 2026년 3월, 드디어 '에어팟 맥스 2'라는 이름을 달고 나왔습니다. 가격은 84만9,000원. 기존보다 8만 원 더 오른 셈입니다.

박스를 열어 꼼꼼하게 살펴봤는데, 제가 직접 써봤는데 외관상 달라진 건 각인뿐이었습니다. 이어컵을 빼서 구형에 붙여봤더니 완벽하게 호환되고, 메시 소재나 마감도 눈에 띄는 차이가 없었습니다. 배터리 스펙도 동일합니다. "이게 2세대라고?" 싶은 실망감이 드는 게 당연한 반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딱 하나, 물리적으로 달라진 점이 있었습니다. 헤드밴드 길이 조절의 장력(張力), 즉 밴드를 늘이고 줄일 때 드는 저항감이 확연히 부드러워졌습니다. 장력이란 물체를 당겼을 때 생기는 저항 힘을 뜻하는데, 1세대는 착용 중 길이를 조절할 때 꽤 뻑뻑해서 귀찮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2세대는 그 부분이 눈에 띄게 개선됐습니다. 사소해 보이지만, 매일 쓰는 사람이라면 체감이 달라지는 부분입니다.

내부적으로는 칩이 바뀌었습니다. 애플의 오디오 전용 프로세서인 H2 칩이 탑재됐는데, H2 칩이란 에어팟 프로 2·3세대와 에어팟 4에 먼저 적용됐던 애플의 2세대 오디오 칩으로, 더 정교한 신호 처리와 기능 확장을 가능하게 해주는 부품입니다. 블루투스 버전도 5.0에서 5.3으로 올라갔습니다. 이 칩 교체 덕분에 새로 추가된 기능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적응형 오디오(Adaptive Audio): 주변 소음 수준에 따라 노이즈 캔슬링과 주변음 허용 모드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기능
  2. 대화 감지(Conversation Awareness): 사용자가 말을 시작하면 자동으로 음량을 줄이고 주변 소리를 열어주는 기능
  3. 실시간 번역 및 음성 분리(Voice Isolation): 통화 중 배경 소음을 제거하고 음성만 또렷하게 전달하는 기능
  4. 고개 제스처 감지(Head Gesture Detection): 고개를 끄덕이거나 흔드는 동작으로 Siri의 요청에 응답하는 기능
  5. 개인 맞춤형 음량 및 큰소리 줄이기: 사용자의 청취 패턴을 분석해 볼륨을 자동 조절하는 기능

숫자만 보면 꽤 많이 늘었습니다. 하지만 이게 칩을 바꿔서 열린 기능들이라는 점, 즉 하드웨어 혁신보다는 소프트웨어 지원 확장에 가깝다는 점은 분명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귀로 직접 비교한 음질 변화, 블라인드 테스트로 갈린 결과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외관이 거의 동일하다 보니 음질도 그냥 비슷하겠지 싶었거든요. 그런데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해 보니 생각보다 구분이 됐습니다. 처음엔 헷갈렸지만, 몇 번 들으면서 패턴이 잡혔습니다. 1세대는 전체적으로 소리가 좀 더 둥글고 부드럽게 뭉쳐서 들린다면, 2세대는 해상도(Resolution)가 올라간 느낌이 났습니다.

해상도란 오디오에서 소리의 세부 정보를 얼마나 정밀하게 구분해서 들려주는지를 나타내는 개념으로, 마치 화면 해상도처럼 높을수록 음원 안의 작은 디테일이 더 선명하게 들립니다. 댄스팝 트랙을 들었을 때 1세대는 무난하고 편안한 소리였다면, 2세대는 악기 분리감이 더 잘 느껴지고 고역대의 반짝이는 질감이 또렷해졌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단순히 더 밝거나 자극적인 쪽으로 튠이 바뀐 게 아니라, 더 정돈된 방향으로 나아간 느낌이었습니다.

어둡고 묵직한 힙합 트랙에서는 1세대의 두꺼운 저음 밀도감이 오히려 그 곡 분위기를 잘 살려주기도 했습니다. 2세대는 같은 저음 존재감을 유지하면서 고역대의 날카로운 찰칵거림이 더 또렷하게 표현됐는데, 이게 취향에 따라 날카롭게 들릴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음질이 '좋아졌다'기보다 '바뀌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 같습니다. 메타 AI 글래스처럼 완전히 새로운 카테고리를 여는 제품은 아니지만, 오디오에 집중하는 기기로서 분명히 한 걸음 나아간 건 맞습니다.

소니 WH-1000XM6나 보스 QuietComfort Ultra 2세대와 비교했을 때도 흥미로운 지점이 있었습니다. 소니는 고역대 디테일이 깔끔하게 정리되는 편이고, 보스는 전체적인 밸런스가 편안합니다. 에어팟 맥스 2는 그 사이 어딘가에 있는데, 애플 생태계와 연동됐을 때 나오는 공간 음향(Spatial Audio), 즉 음원을 3D 공간에 배치해 듣는 경험을 제공하는 기술에서 여전히 차별점이 있습니다. 이 부분은 다른 브랜드가 쉽게 따라오기 어려운 영역입니다. 출처: Apple 공식 에어팟 맥스 2 페이지에서도 공간 음향 관련 사양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노이즈 캔슬링과 통화 품질, 실외 테스트에서 갈린 체감

차가 많이 다니는 다리 근처에서 1세대와 2세대를 번갈아 끼고 테스트했을 때, 이건 솔직히 차이가 꽤 났습니다. 1세대를 끼면 고역대 바람 소리와 차 소리가 제법 들어왔습니다. 처음 출시됐을 당시엔 나쁘지 않았겠지만, 지금 기준으로 보면 소니나 보스에 비해 노이즈 캔슬링 성능이 뒤처진다는 평가가 나오는 게 이해가 됐습니다.

노이즈 캔슬링(Noise Canceling, ANC)이란 외부 소음과 반대 위상의 음파를 생성해 소음을 상쇄시키는 능동 소음 제거 기술입니다. 2세대는 애플 발표 기준으로 1세대 대비 1.5배 향상됐다고 했는데, 실제 체감상 그 차이가 확인됐습니다. 1세대에선 거의 없다시피 하던 귀가 먹먹해지는 압박감이 2세대에선 느껴졌고, 이게 소음 차단이 그만큼 강해졌다는 신호입니다.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에서 이 먹먹함은 성능 지표 중 하나로 볼 수 있습니다.

주변음 허용 모드(Transparency Mode), 즉 바깥 소리를 자연스럽게 들어오게 하는 기능은 1세대도 이미 꽤 자연스러웠는데 2세대는 거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간 느낌이었습니다. 소리가 더 리얼하게 들어온다는 표현이 딱 맞습니다. 다만 1세대와 극적으로 다르다기보다는, 노이즈 캔슬링 쪽 개선폭이 훨씬 컸습니다.

통화 품질 테스트 결과도 흥미로웠습니다. 1세대 에어팟 맥스로 걸어다니며 통화하면 상대방이 못 알아듣는 경우가 많아서 결국 헤드폰을 벗고 아이폰에 직접 대고 얘기하는 상황이 생기곤 했습니다. 그 경험을 떠올리면 2세대의 개선이 더 와닿습니다. 음성 분리(Voice Isolation) 기능 덕분인지 목소리가 훨씬 더 또렷하고 정갈하게 전달됐습니다. 출처: RTINGS 헤드폰 리뷰에서도 마이크 성능 항목에서 이전 세대 대비 개선이 확인됩니다.

그렇다면 2세대가 현존 최고의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이냐고 하면, 그건 아닙니다. 보스 QC 울트라 2세대나 소니 WH-1000XM6와 나란히 놓고 비교하면, 노이즈 캔슬링만큼은 그 두 제품이 여전히 강합니다.

댓글 쓰기

다음 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