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우스를 클릭했는데 아무 소리도 안 난다면 어떤 느낌일까요. 처음엔 당연히 고장난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손끝에는 분명히 클릭감이 느껴지고, 화면에서는 총이 나가고 있었습니다. 로지텍이 내놓은 PRO X2 SUPERSTRIKE, 이른바 G슈스가 바로 그런 마우스입니다. 클릭 소리 없이 진동으로 반응하는 이 마우스, 직접 써봤는데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마우스 역사에서 클릭이 바뀐 건 처음이었습니다
게이밍 마우스를 꽤 오래 써왔습니다. 게임을 엄청 많이 하는 편은 아니지만, 장비에는 유독 돈을 많이 쓰는 타입이라서요. 그러다 보니 마우스 하나 바꾸는 데도 나름의 기준이 생겼는데, 이번만큼은 그 기준 자체를 흔들어버린 제품을 만났습니다.
마우스의 역사를 짧게 짚어보면, 1980년대에 볼 마우스가 등장했고, 1990년대에는 스크롤 휠이 붙은 3버튼 마우스가 자리를 잡았습니다. 2000년대 들어서는 광센서를 이용한 광마우스, 즉 볼 없이 빛으로 움직임을 감지하는 방식으로 진화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2020년대에 클릭 방식 자체가 달라졌습니다. 스위치를 아예 없애버린 겁니다.
로지텍이 이 제품에 적용한 기술은 HITS(Haptic Inductive Trigger System)입니다. HITS란 기계식 스위치 대신 햅틱 진동, 즉 미세한 물리적 떨림으로 클릭 느낌을 구현하는 시스템을 뜻합니다. 맥북의 트랙패드를 눌러본 분이라면 그 감각이 익숙하실 겁니다. 물리적으로 버튼이 내려가는 게 아닌데, 손끝에는 분명히 뭔가 눌리는 느낌이 오는 바로 그것입니다.
로지텍이 이런 선택을 한 배경에는 기존 스위치의 고질적인 문제가 있었습니다. 오래 사용하면 스위치 내구성이 떨어지면서 한 번 클릭했는데 두 번 입력되는 더블클릭 이슈가 발생했고, 이 때문에 G슈퍼라이트 시리즈로 오면서 광축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광축이란 물리적 접점 없이 빛의 차단으로 클릭을 감지하는 방식입니다. 그리고 이번 슈퍼스트라이크에서는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스위치 자체를 없애버린 것입니다.
손끝으로 느끼는 햅틱클릭, 처음엔 낯설었습니다
전원을 끈 상태에서 버튼을 눌러보면 아무 반응도 없습니다. 눌리는 느낌도, 소리도 없어요. 그런데 전원을 켜는 순간, 똑같은 버튼을 누르면 손끝에 딱 하고 진동이 옵니다. 이게 HITS 햅틱클릭의 핵심입니다. 처음엔 정말 어색했습니다. '내가 지금 진짜 클릭을 한 건가'라는 의구심이 드는 거예요.
그런데 며칠 써보니 달라졌습니다. 오히려 기존 마우스로 돌아갔을 때 역체감이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클릭 소음이 거의 없다는 것도 생각보다 큰 장점이었어요. 새벽에 게임하면서 마우스 소리 때문에 눈치 보신 경험 있으시죠. 이 마우스는 마우스를 마우스패드에 밀착시켜 끌 때 나는 마찰음이, 클릭음보다 훨씬 클 정도입니다.
소프트웨어에서도 재미있는 설정이 있었습니다. 클릭 햅틱의 강도를 0에서 4단계까지 조절할 수 있는데, 0으로 설정하면 클릭 느낌이 아예 없어서 진짜 이질감이 심합니다. 제 경험상 2단계 정도가 자연스러운 피드백과 배터리 효율 사이에서 적당한 균형점이었습니다. 진동을 강하게 설정할수록 전력 소모가 늘어난다는 점도 참고하셔야 합니다.
게임 커뮤니티에서 이 마우스가 화제가 된 이유를 이해하려면, 기존 마우스 클릭감과 비교해보면 됩니다. 기존 G슈퍼라이트2가 기계식 키보드의 청축처럼 경쾌하게 딸깍거리는 느낌이라면, 슈퍼스트라이크는 적축처럼 조용하고 부드럽게 반응합니다. 경쾌한 클릭감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오히려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작동지점 커스텀, 이게 진짜 킬러 기능이었습니다
HITS 기술보다 실제로 더 체감이 컸던 건 작동지점(Actuation Point) 조절 기능이었습니다. 작동지점이란 버튼을 얼마나 눌렀을 때 클릭으로 인식할지 그 깊이를 설정하는 수치를 말합니다. 로지텍 G HUB 소프트웨어에서 이 수치를 1단계부터 10단계까지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습니다.
10단계로 설정해두면 버튼을 꽤 깊이 눌러야만 클릭이 인식됩니다. 반대로 1단계로 내리면 손가락을 살짝 올려만 놔도 클릭이 됩니다. 직접 테스트해봤는데, 1단계는 FPS 게임에서 의도치 않은 오발이 날 수 있을 정도로 민감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2~3단계 정도가 안정적이라고 느꼈습니다.
이 기능이 중요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기존 지슈퍼라이트2의 클릭감이 맞지 않아서 못 쓰겠다는 분들이 실제로 꽤 많았습니다. 그런데 슈퍼스트라이크에서 작동지점을 7단계 전후로 설정해보니, 기존 지슈퍼라이트2의 클릭감과 거의 동일하게 느껴졌습니다. 한 마우스 안에서 클릭 깊이를 소프트웨어로 원하는 대로 조정할 수 있다는 것, 이게 이 제품의 핵심 경쟁력입니다.
슈퍼스트라이크에는 래피드 트리거(Rapid Trigger) 기능도 들어가 있습니다. 래피드 트리거란 클릭 입력이 해제되는 시점을 빠르게 혹은 느리게 설정하는 기능으로, 주로 FPS 게임에서 연사 속도와 관련이 있습니다. 마우스에서 이 기능이 구현된 것은 거의 최초 수준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롤 다이아 실력의 게이머가 써봐도 체감하기 어려웠다고 했습니다. 제 수준에서도 마찬가지였고요. 최상위 프로 게이머가 아니라면 실전에서 유의미한 차이를 느끼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 기능들이 실제로 게임 퍼포먼스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서는 로지텍 공식 제품 페이지에서도 기술 사양을 확인할 수 있으며, 게이밍 기어 전문 분석 채널인 RTINGS 마우스 리뷰에서도 실측 데이터를 참고하실 수 있습니다.
25만9천 원짜리 마우스, 누구에게 맞는 선택인가
제가 이 마우스를 구입한 가격은 25만9,000원이었습니다. 정리금을 적용하면 23만9,000원, 사전 예약 사은품까지 더하면 21만 원 선이었습니다. 기존 지슈퍼라이트2가 처음 나왔을 때도 21만9,000원으로 비싸다는 말이 나왔는데, 여기서 약 5만 원이 더 올랐습니다.
디자인에 대해서도 솔직히 한마디 하겠습니다. 화이트 베이스에 블랙 포인트, 그리고 'PRO X2', 'SUPERSTRIKE' 글씨가 꽤 크게 박혀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지슈퍼라이트2처럼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쪽을 선호하는데, 이 마우스는 조금 게이밍스럽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현재 화이트 단일 컬러만 출시된 것도 아쉬운 부분입니다.
슈퍼스트라이크를 구매하기 전, 아래 기준으로 본인 상황을 먼저 점검해보시길 권합니다.
- 기존 지슈퍼라이트2의 클릭감이 너무 가볍거나 무겁게 느껴져서 불편했던 경험이 있는 분
- 새벽이나 소음에 민감한 환경에서 게임을 자주 하는 분
- 더블클릭 이슈를 경험한 적 있고, 내구성 걱정 없이 오래 쓰고 싶은 분
- 프로 수준의 FPS 게임을 하며 클릭 반응 속도 최적화에 관심이 있는 분
반대로, 지슈퍼라이트2를 이미 쓰고 있고 큰 불만이 없다면 업그레이드 체감은 기대보다 낮을 수 있습니다. 요즘 중국산 가성비 마우스들이 4~5만 원대에도 상당한 성능을 내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20만 원을 훌쩍 넘는 가격은 분명 부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