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블릿 레노버 리전 Y700 5세대 사도 될까? (배경, 성능분석, 구매판단)
솔직히 저는 100만원짜리 태블릿을 살 생각이 없었습니다. Y700 시리즈를 1세대부터 꾸준히 써온 입장에서 이번 5세대는 그냥 자동 구매 목록에 올려두고 있었는데, 가격을 확인하는 순간 잠깐 멈췄습니다. 전작보다 30만원 넘게 올랐고, 심리적 저항선인 100만원을 훌쩍 넘어버렸으니까요. 결국 샀습니다. 그리고 직접 겪어보니 좋은 점도 있었지만, 분명하게 실망한 부분도 있었습니다.
4세대까지는 좋았는데, 5세대에서 무슨 일이 생긴 걸까
Y700 시리즈는 안드로이드 게이밍 태블릿 시장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해왔습니다. 8.8인치라는 크기 자체가 포지션이었습니다. 아이패드 미니보다는 약간 크고, 10인치 태블릿보다는 한 손에 들기 편한 이 크기가 게임 유저들 사이에서 꽤 매력적으로 통했습니다. 저도 그 이유로 시리즈를 계속 따라왔고요.
5세대는 스냅드래곤 8 엘리트 포 갤럭시가 아닌 순정 스냅드래곤 8 엘리트 5세대 칩셋을 탑재했습니다. 스냅드래곤 8 엘리트란 퀄컴이 2024년 말 발표한 최상위 모바일 프로세서로, 이전 세대 대비 CPU와 GPU 모두 큰 폭의 성능 향상을 이뤄낸 칩입니다. 여기에 베이퍼 챔버(Vapor Chamber), 즉 기기 내부에 기화와 액화를 반복하는 냉각 구조물의 면적이 전작보다 대폭 커졌고, 배터리는 7,600mAh에서 9,000mAh로 늘었습니다. 터치 샘플링 레이트도 360Hz에서 480Hz로 올랐고, 최고 밝기는 600nits에서 800nits까지 상승했습니다. 수치만 보면 분명히 업그레이드입니다.
그런데 4세대를 건너뛰고 글로벌롬으로 정식 출시된 이번 5세대의 가격 구조가 좀 독특합니다. 12GB 램에 256GB 모델이 99만원, 16GB 램에 512GB 모델이 109만 9천원입니다. 10만원 차이에 램과 저장공간이 모두 커지니 당연히 후자를 고르게 됩니다. 저도 그렇게 했고요. 그러면서 110만원짜리 태블릿을 손에 들고 있는 저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참고로 중국 본토 출시가 기준으로도 이미 83만원 선이었으니, 레노버 코리아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레노버 공식 뉴스룸에서도 글로벌 가격 정책 기조 자체가 바뀌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벤치마크 수치는 올랐는데, 왜 게이밍 성능은 답답할까
제가 직접 써봤는데, 원신과 젠레스 존 제로를 최고 옵션으로 켜면 처음 한두 판은 정말 매끄럽게 돌아갑니다. 165Hz 디스플레이에서 고주사율로 구동되는 화면은 확실히 눈에 띄게 부드럽고, 듀얼 X축 리니어 모터 두 개가 만들어내는 진동 피드백도 몰입감을 꽤 높여줍니다. 솔직히 이 부분은 예상 밖이었습니다. 태블릿에서 이 정도 진동감이 나올 줄은 몰랐거든요.
그런데 문제는 30분, 1시간이 지난 뒤입니다. 쓰로틀링(Thermal Throttling)이란 기기가 과열을 막기 위해 CPU와 GPU의 클럭 속도를 강제로 낮추는 현상을 말합니다. 게이밍 태블릿에서 이 지표가 나쁘다는 건, 장시간 게임을 할수록 성능이 떨어진다는 의미입니다. 3DMark 와일드 라이프 익스트림 스트레스 테스트 기준으로 최고 점수는 전작보다 약 10% 높게 나왔지만, 안정성 수치는 6%포인트 가까이 떨어졌습니다. 결과적으로 20루프를 돌고 난 최저 점수에서는 전작과의 격차가 3%도 채 되지 않습니다.
전작인 Y700 4세대와 5세대의 실사용 성능 차이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싱글코어 CPU 성능: 약 18% 향상 (긱벤치 기준)
- 멀티코어 CPU 성능: 약 14% 향상
- GPU 오픈CL 성능: 약 36% 향상
- 장기 게이밍 최저 성능: 전작 대비 3% 미만 차이 (쓰로틀링 이후)
- UFS 4.1 프로로 스토리지 규격 상향, 단 순차 읽기는 전작보다 낮게 측정됨
UFS(Universal Flash Storage)란 스마트폰과 태블릿에 쓰이는 낸드 플래시 메모리의 인터페이스 규격을 말합니다. 숫자가 높을수록 읽기·쓰기 속도가 빠른 것이 일반적인데, 이번 모델은 4.1 프로로 올라갔음에도 실제 순차 읽기 속도가 전작을 밑도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사용에 지장을 주는 수준은 아니지만, 기대를 갖고 보면 의아한 부분입니다. JEDEC 공식 UFS 규격 문서를 보면 프로 등급은 랜덤 읽기·쓰기 최적화에 방점을 두고 있어, 순차 읽기가 반드시 비례 상승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처럼 맵 로딩이 중요한 게임에서는 실제 체감 차이가 거의 없었습니다. 하지만 장시간 레이드나 던전 콘텐츠를 반복하면 5세대라서 더 쾌적하다는 느낌보다는, 그냥 꾸준히 돌아가는 느낌에 가까웠습니다. 게이밍 태블릿의 핵심 경쟁력이 장기 쓰로틀링 안정성이라면, 이번 5세대는 그 부분에서 오히려 뒷걸음질을 친 셈입니다.
그래서 지금 사야 할까, 아니면 4세대를 노려야 할까
리전 헤일로(Legion Halo)라고 이름 붙은 후면 RGB LED는 솔직히 저는 크게 기대를 안 했습니다. 그런데 직접 켜보니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습니다. 나선형 무지개, 단색 숨쉬기 효과, 게임 음악에 반응하는 다이나믹 모드까지 꽤 다양하게 커스텀이 됩니다. 알림 LED로도 쓸 수 있고, 전작의 플래시 기능을 포기한 대신 이쪽으로 방향을 바꿨다는 느낌입니다. 기능 자체는 게이밍 기기다운 감성을 분명히 더해줍니다.
그 외에도 배터리 셀 두 개의 상태를 각각 별도로 확인할 수 있는 기능, 스왑 메모리(Swap Memory) 확장 기능도 있습니다. 스왑 메모리란 실제 탑재된 램이 부족할 때 저장공간 일부를 임시 메모리처럼 활용하는 기술로, 최대 9GB까지 확장이 가능합니다. GPS 탑재도 이번에 새로 추가된 부분이고, 마이크로SD 카드 슬롯도 여전히 살아있습니다. 하나하나 뜯어보면 분명히 개선된 부분들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 모든 개선이 30만원 넘게 오른 가격을 설득하기에 충분한가 하는 점입니다. 라는 의견도 있지만, 실제로 써보니 저는 그 설득이 부족하다고 느꼈습니다. 반사방지 코팅이라도 기본 제공했다면, 아니면 레노버 펜 플러스 하나라도 동봉했다면, 심지어 케이스 하나라도 넣어줬다면 기분이 달랐을 것 같습니다. 가격을 올리는 건 시장 상황상 어쩔 수 없다 해도, 구매자에게 납득할 수 있는 무언가를 하나라도 더 줬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이 크기의 안드로이드 게이밍 태블릿 중 스냅드래곤 8 엘리트 5세대가 탑재된 제품은 Y700 5세대가 유일합니다. 최신 칩과 글로벌롬이 반드시 필요한 분이라면 대안이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4세대가 여전히 시중에 유통되고 있고, 가격 차이가 상당하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사용 후 나의 후기는?
이 제품을 추천할 수 있는 상황은 꽤 좁습니다. 최신 칩셋이 반드시 필요하고, 글로벌롬 환경이 필수이며, 110만원 가까운 가격에도 불구하고 이 크기의 게이밍 태블릿이어야 한다는 조건이 세 가지 모두 맞아야 합니다. 그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저는 개인적으로 4세대의 설득력이 훨씬 높다고 봅니다. 게이밍 태블릿을 처음 접하는 분이라면 Y700 시리즈 자체는 충분히 매력적인 선택지입니다. 다만 이번 5세대는, 그 시리즈 안에서도 가격 대비 납득감이 가장 낮은 세대라는 게 제 솔직한 결론입니다.
---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8zZj7IqTc_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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