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기 앤버닉 RG 로테이트 게임기 솔직 리뷰 (디자인, 에뮬레이터, 구매 전 확인)

13만 원짜리 게임기를 열었더니 화면이 돌아갔습니다. 처음엔 농담인 줄 알았는데 진짜였습니다. 앤버닉 RG 로테이트는 회전 힌지 구조로 화면이 90도 돌아가는 독특한 설계를 가진 안드로이드 기반 휴대용 게임기입니다. 레트로 게임을 제대로 즐기고 싶은데 뭘 사야 할지 모르겠다는 분들, 이 글이 도움이 될 겁니다.



회전 디자인, 생각보다 훨씬 잘 만들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회전 구조라고 하면 힌지(hinge), 즉 화면과 본체를 연결하는 경첩 부위가 제일 걱정됩니다. 힌지란 두 부품을 연결하면서 움직임을 가능하게 하는 기계 요소로, 스마트폰 폴더블 제품에서도 내구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 부분입니다. 그런데 이 제품은 텐션이 딱 적당합니다. 잡고 있는 도중 화면이 저절로 닫히는 일이 거의 없었고, 한 손으로 슥 열었을 때 손목에 걸리는 느낌 없이 부드럽게 펼쳐졌습니다.

화면이 90도만 돌아간다는 점도 처음엔 어색했는데, 써보고 나니 이해가 됐습니다. 디스플레이(display) 비율이 1:1이기 때문입니다. 비율이 정사각형이니까 90도만 회전해도 화면 방향이 유지되는 구조입니다. 3.5인치 720×720 LCD 패널이 들어가 있고, 시야각도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습니다. 밝기도 실내에서 게임하기에는 충분한 수준이었습니다.

재미있는 건 닫아놓으면 외부 화면에 시계가 표시된다는 점입니다. 레트로 게임기로 쓰다가 질렸을 때 "아, 이거 시계도 되잖아"라며 스스로를 설득할 수 있는 요소가 생깁니다. 실제로 집에 시계가 수십 개 있어도 이런 이유로 뭔가를 정당화하는 심리가 발동하는 건 어쩔 수 없더군요. 무게는 약 170g으로 손에 쥐었을 때 묵직하다는 느낌보다는 적당한 밀도감이 있었습니다.

에뮬레이터 성능, 어디까지 기대해야 하나

제가 직접 써봤는데, 게임보이 컬러 타이틀은 정말 쾌적하게 돌아갔습니다. 원래 하드웨어로 즐기던 시절과 비교하면 화면 선명도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에뮬레이터(emulator)란 특정 하드웨어의 동작을 소프트웨어로 흉내 내는 프로그램으로, 게임보이나 슈퍼패미컴처럼 이미 단종된 기기의 게임을 현재 기기에서 즐길 수 있게 해줍니다. 게임보이 어드밴스 타이틀도 화면 비율 설정만 에뮬레이터 내에서 조정하면 문제없이 즐길 수 있었습니다.

다만 칩셋 한계는 분명합니다. 탑재된 칩셋은 Unisoc Tiger T618으로, 2GHz Cortex-A75 듀얼 코어와 2GHz Cortex-A55 헥사 코어 구성입니다. Cortex-A75란 ARM이 설계한 고성능 CPU 코어 아키텍처로, 여기서는 주로 무거운 연산을 담당합니다. GPU는 850MHz Mali-G52가 들어갑니다. 3DMark Wild Life Extreme Stress Test 기준으로는 안정성이 거의 완벽에 가까운 결과를 보여줬지만, 최고 점수 자체는 191점 수준으로 높지 않습니다.

PS2나 닌텐도 64 수준의 3D 게임을 돌리기는 버겁습니다. 조이스틱이 없고 D패드만 탑재되어 있어서, 아날로그 입력이 필수인 게임은 애초에 즐기기 어렵습니다. D패드(D-pad, Directional pad)란 상하좌우 4방향 입력만 지원하는 방향키 방식을 말합니다. 그러니 이 기기의 적합한 용도는 게임보이 시리즈, 원더스완 컬러, 슈퍼패미컴 정도까지로 보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구매 전에 에뮬레이터 호환 기종을 미리 확인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아래에 이 기기로 현실적으로 즐길 수 있는 플랫폼과 한계를 정리했습니다.

  1. 게임보이 / 게임보이 컬러 / 게임보이 어드밴스 — 쾌적하게 구동 가능
  2. 슈퍼패미컴 / 메가드라이브 — 대부분의 타이틀 무난하게 동작
  3. 원더스완 컬러 — 에뮬레이터 내장, 구동 가능
  4. PS1 — 타이틀에 따라 차이 있음, 일부 프레임 저하 가능성
  5. PS2 / 닌텐도 64 — 사양 부족 및 D패드 한계로 권장하지 않음

레트로 게임기 에뮬레이터 관련 호환성과 롬 파일의 법적 해석에 관심 있는 분들은 한국저작권위원회 사이트에서 관련 기준을 확인해보시는 것을 권장합니다. 직접 보유 중인 게임 팩에서 롬 파일을 추출하는 방식이 법적으로 어떻게 해석되는지는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구매 전에 꼭 확인해야 할 것들

디자인이 신선하고 가격도 저렴하다 보니 충동 구매를 하기 쉬운 제품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 부분에서 한 번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레트로 게임기 시장은 이미 경쟁이 치열하고, 장기적인 만족도를 결정하는 요소는 화면 한 번 돌아가는 것과는 별개에 있습니다.

먼저 펌웨어(firmware) 지원 여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펌웨어란 하드웨어를 제어하기 위해 기기 내부에 내장된 소프트웨어를 말합니다. 이 제품에는 안드로이드 12가 탑재되어 있고, 보안 업데이트는 2022년 7월 기준입니다. 운영체제 자체가 오래됐고 보안 패치도 멈춰있다는 점은 단순 게임기로만 쓴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있지만, 플레이스토어나 외부 앱을 적극적으로 쓸 계획이라면 고려해야 합니다.

다음으로 커뮤니티 활성도입니다. 이런 류의 기기는 초기 설정이나 롬 파일 관련 문제가 생겼을 때 사용자 커뮤니티가 얼마나 활성화되어 있느냐가 실질적인 사용 경험을 크게 좌우합니다. Retro Game Corps 같은 해외 레트로 게임기 전문 사이트에서 이 기기 관련 가이드가 있는지 미리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3.5mm 이어폰 잭이 없습니다. USB-C 포트를 통해 유선 이어폰을 써야 하고, 블루투스 5.0을 지원하지만 로우 레이턴시(low latency), 즉 음성 신호 지연을 최소화하는 기능이 빠져 있어서 게임 중 블루투스 이어폰을 쓰면 소리와 화면 사이에 미세한 시간 차이가 느껴질 수 있습니다. 게임할 때 음향에 민감한 분이라면 이 부분이 예상보다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며칠 써본 후 솔직한 총평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스펙표만 보면 단점이 많아 보이는 기기인데, 막상 손에 쥐고 게임보이 컬러 타이틀을 돌리기 시작하면 불만이 많이 사라집니다. 원래 하드웨어로 게임하던 시절을 떠올려보면, 그때와 비교해 화면이 이렇게나 선명하다는 사실 자체가 감격스럽습니다.

버튼 피드백도 걱정했던 것보다 훨씬 나았습니다. 클릭 스위치 방식이라 멤브레인, 즉 얇은 고무 시트로 눌리는 방식과는 느낌이 다릅니다. 클릭감이 명확하게 손끝에 전달되는 편이라 오히려 더 마음에 드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진동 모터가 상단에 위치해 있어서 진동이 울릴 때 손바닥보다 엄지손가락 쪽에서 느껴지는 점은 조금 어색했지만, 결정적인 단점은 아니었습니다.

AI 기능이 탑재되어 있다는 부분은 솔직히 있으나 마나입니다. 소울 파트너니 텍스트 투 픽처니 기능들이 들어가 있는데, 서버가 자주 바빠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삭제조차 되지 않습니다. 80달러짜리 게임기에 AI를 넣겠다는 의지는 가상하지만, 실용성은 없습니다. 이런 부분이 아쉬운 분들은 출시 이후 커뮤니티에서 자체 런처나 클린 롬 적용 방법을 찾아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배터리는 2,000mAh로 수치상으로는 작아 보이지만, 탑재 사양이 워낙 낮은 칩셋이라 실제 사용 시간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습니다. 충전도 10W로 빠른 편이라, 짧게 충전하고 외출하기에 부담이 없었습니다.

결국 이 기기를 사야 하는 사람과 아닌 사람은 꽤 명확하게 나뉩니다. 게임보이 시절 게임들을 언제든 꺼내 즐기고 싶고, 손에 쥐는 장난감 같은 감성이 좋다면 13만 원이 아깝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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