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지미 HORIZON 20 Max 리뷰(화질밝기, 설치편의, 게이밍성능)

솔직히 처음 스펙표를 봤을 때 5,700 ISO 루멘이라는 숫자가 실감이 잘 안 됐습니다. 보통 가정용 프로젝터가 2,000~3,000 루멘 선에서 "고성능"을 자처하는 걸 워낙 많이 봐왔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엑스지미 HORIZON 20 Max를 실제로 써보고 나서는 그 숫자가 단순한 마케팅 수치가 아니라는 걸 바로 느꼈습니다. 밝기와 화질, 설치 편의성, 게이밍 성능까지 한 제품에서 이 정도 수준을 동시에 챙기는 경우가 드물다는 점에서 이 제품은 분명 체급이 다릅니다.



화질과 밝기: 숫자가 현실이 되는 순간

제가 직접 써보면서 가장 먼저 확인하고 싶었던 건 낮 시간대 시인성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프로젝터는 어두운 환경에서 써야 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간접 조명 정도를 켜둔 상태에서도 HORIZON 20 Max의 화면은 색감이 뭉개지지 않았습니다. 이건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이게 가능한 핵심은 X마스터 RGB 트리플 레이저 엔진입니다. 트리플 레이저(Triple Laser)란 빨강·초록·파랑 세 가지 레이저 광원을 독립적으로 구동해 색역(Color Gamut)을 극대화하는 방식입니다. 색역이란 디스플레이가 표현할 수 있는 색상의 범위를 뜻하는데, 이 범위가 넓을수록 자연광에 가까운 색재현이 가능합니다. 엑스지미는 여기에 40개의 레이저 칩을 탑재해 밝기와 색재현력을 동시에 끌어올렸습니다.

4K UHD 해상도와 결합됐을 때 효과는 확연합니다. 특히 어두운 동굴 장면이나 우주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볼 때, 명암비(Contrast Ratio) 10,000대 1 이상의 성능이 빛을 발합니다. 명암비란 화면에서 가장 밝은 부분과 가장 어두운 부분의 밝기 차이를 수치로 나타낸 것으로, 이 값이 높을수록 블랙이 더 깊고 디테일하게 표현됩니다. 100만 원대 일반 4K 프로젝터에서는 어두운 장면에서 블랙이 뭉개지거나 회색으로 뜨는 현상이 흔한데, HORIZON 20 Max에서는 그런 답답함이 없었습니다.

여기에 IMAX Enhanced와 돌비 비전(Dolby Vision) 인증을 동시에 획득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입니다. 돌비 비전이란 HDR(High Dynamic Range)의 상위 규격으로, 장면마다 명암과 색상 데이터를 동적으로 최적화해 훨씬 입체감 있는 화면을 만들어줍니다. 가정용 프로젝터에서 이 두 인증을 동시에 갖춘 제품은 아직 많지 않습니다. 디즈니플러스에서 IMAX Enhanced 콘텐츠를 재생하면 위아래 레터박스 없이 1.90대 1 비율로 화면이 확장되는데, 150인치 이상의 대화면에서 이 경험을 하면 체감 차이가 상당합니다.

설치 편의성: 거치대 없이 어디서든

프로젝터를 고를 때 화질만큼 간과하기 쉬운 게 설치 편의성입니다. 저도 예전에 투사 거리 계산 잘못해서 화면이 비틀어진 채로 한참 씨름했던 경험이 있는데, HORIZON 20 Max에서는 그 과정 자체가 없어졌습니다.

핵심은 ISA 5.0 기술입니다. 이 기술은 오토포커스(Auto Focus)와 오토 키스톤(Auto Keystone) 보정을 실시간으로 동작시킵니다. 오토 키스톤이란 프로젝터가 벽면과 수직이 아닌 각도에 놓였을 때 화면이 사다리꼴로 찌그러지는 현상을 자동으로 바로잡아 주는 기능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이 보정이 디지털 방식이 아니라 광학식(Optical)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입니다. 디지털 보정은 픽셀을 강제로 재배열하기 때문에 해상도 손실이 발생하지만, 광학 보정은 렌즈 자체를 물리적으로 조정하므로 4K 원본 화질을 그대로 유지합니다.

광학 줌(Optical Zoom)과 렌즈 시프트(Lens Shift) 기능도 실사용에서 체감이 컸습니다. 렌즈 시프트란 렌즈 자체를 상하좌우로 이동시켜 프로젝터 위치를 크게 바꾸지 않고도 화면 위치를 조정할 수 있는 기능입니다. 덕분에 소파 옆 테이블에 놓든, 방 구석 선반에 올려두든 원하는 위치에 화면을 맞추는 데 큰 제약이 없었습니다. 투사 거리 1.2~1.5 대 1 범위 안에서 최소 40인치부터 최대 300인치까지 화면 크기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습니다.

360도 스위블 베이스와 상하 130도 각도 조절이 되는 일체형 스탠드도 눈에 띄었습니다. 별도 천장 거치대 없이도 누워서 천장에 영상을 띄우는 게 가능하고, 조작감이 묵직하게 딱딱 멈춰주는 느낌이라 세팅한 각도가 쉽게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프로젝터 설치에 두려움을 갖고 있던 분이라면 이 부분만으로도 충분히 메리트가 있다고 봅니다.

참고로 DisplayMate Technologies의 디스플레이 품질 평가 기준에 따르면, 광학 보정 방식은 디지털 보정 대비 해상도 유지율과 색 균일도에서 유의미한 차이를 보입니다. 고가 프로젝터에서 광학 방식 고집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 제품을 특히 추천할 만한 사용 환경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거실 TV를 대체해 100인치 이상 대화면 홈시네마를 구성하고 싶은 경우
  2. 별도 거치대나 공사 없이 다양한 위치에서 유연하게 활용하고 싶은 경우
  3. 낮 시간대 커튼 없이도 어느 정도 선명한 화질로 시청하고 싶은 경우
  4. 콘솔 또는 PC 게임을 대화면으로 즐기되 반응 속도 타협을 원하지 않는 경우
  5. 사운드바 추가 구매 없이 일정 수준 이상의 내장 오디오를 원하는 경우

게이밍 성능: 프로젝터답지 않은 반응 속도

게이밍 프로젝터라는 말 자체가 모순처럼 느껴졌던 게 사실입니다. 프로젝터는 구조상 입력 지연이 길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워낙 강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달랐습니다.

HORIZON 20 Max는 게임 모드 활성화 시 인풋 래그(Input Lag)가 1ms 수준으로 떨어집니다. 인풋 래그란 게임 컨트롤러나 키보드에서 입력 신호를 보낸 뒤 화면에 그 결과가 표시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뜻합니다. 일반적으로 게이밍 모니터 기준으로 5ms 이하면 체감 지연이 거의 없다고 평가받는데, 1ms는 최상위 게이밍 모니터 수준에 해당합니다. PC 연결 후 FPS(First-Person Shooter) 게임을 직접 플레이해봤는데, 화면이 큰 데서 오는 부담감 없이 반응이 깔끔하게 따라왔습니다.

1080p 환경에서 240Hz 주사율 지원도 실제로 체감됩니다. 주사율(Refresh Rate)이란 1초 동안 화면이 갱신되는 횟수로, 수치가 높을수록 빠르게 움직이는 화면이 더 부드럽게 표현됩니다. 240Hz는 일반 TV의 60Hz와 비교하면 4배 수준이라 빠른 이동이나 총격 장면에서 잔상이 크게 줄어듭니다. 여기에 AMD 프리싱크(FreeSync) 인증까지 더해져 화면 찢어짐 현상인 테어링(Tearing)도 거의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가정용 빔프로젝터 중 AMD 프리싱크를 탑재한 제품은 현재 극히 드물다는 점에서 이 스펙은 분명히 경쟁 우위입니다.

오픈월드 액션 게임을 150인치 전후 화면으로 플레이했을 때의 몰입감은 확실히 다른 차원이었습니다. 게이밍 모니터가 줄 수 없는 주변 시야까지 화면이 채워지는 느낌인데, 이건 직접 경험해보지 않으면 설명이 어렵습니다. 다만 이 게이밍 성능은 1080p 기준이며, 4K 해상도로 올라가면 주사율과 반응 속도에 제약이 생기는 점은 감안해야 합니다. RTINGS 프로젝터 성능 데이터베이스에서도 게이밍 프로젝터의 해상도-주사율 트레이드오프는 현재 기술적 한계로 명확히 언급하고 있습니다.

사운드 측면에서는 하만카돈(Harman Kardon) 오디오 시스템이 내장되어 있어서 별도 스피커 없이도 저음이 묵직하게 깔렸습니다. 보통 빔프로젝터 내장 스피커는 대사 전달도 불분명한 경우가 많은데, 이 제품은 내장 스피커만으로 영화 감상에 충분한 수준의 음장감을 냈습니다. HDMI 포트의 ARC(Audio Return Channel) 지원도 실용적인데, 사운드바를 별도로 연결할 때 HDMI 케이블 하나만으로 돌비 애트모스 같은 입체 음향을 손실 없이 전달할 수 있습니다.

결국 엑스지미 HORIZON 20 Max는 "프로젝터치고 괜찮다"는 식의 타협이 없는 제품입니다. 화질, 설치 편의성, 게이밍 성능 세 가지를 동시에 잡을수 있는 제품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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