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셋 소니 인존 H9 II 만족감은 (디자인, 게이밍 사운드, ANC 배터리)
44만 9천원짜리 게이밍 헤드셋을 사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저도 처음엔 그 가격표를 보고 손이 멈췄습니다. 친구 집에서 사흘 동안 소니 인존 H9 II를 직접 끼고 게임을 해봤는데, 착용하자마자 평소 쓰던 저가형 헤드셋과 뭔가 다르다는 걸 바로 느꼈습니다. 이 글은 구매를 고민 중인 분들이 실제로 어떤 상황에서 이 제품이 답이 되고, 어떤 상황에서 실망하게 되는지를 정리한 경험담입니다.
| 소니 인존 H9 II 착용감 및 디자인 특징 |
가벼운 디자인과 편안한 착용감
무게가 260g입니다. 숫자만 보면 감이 잘 안 오실 수 있는데, 직접 쓰면 '아, 이게 깃털처럼 가볍다는 말이 이런 뜻이구나' 싶어집니다. 두꺼운 헤드밴드 대신 알루미늄 소재의 얇은 밴드에 슬림한 서스펜션 패드를 얹은 구조라서 머리에 자연스럽게 올라앉는 느낌이 납니다. 서스펜션 밴드란 헤드밴드와 두피 사이에서 하중을 분산시켜주는 띠 형태의 구조물인데, 이 구조 덕분에 특정 부위에 압력이 집중되지 않습니다.
이어패드는 나일론 소재로 마감되어 있습니다. 실리콘이나 인조가죽 패드처럼 열이 쌓이지 않아서, 몇 시간 연속으로 착용해도 귀가 답답해지는 현상이 훨씬 덜했습니다. 이어컵이 180도 회전하는 구조도 실용적인데, 게이밍 헤드셋에서는 꽤 보기 드문 설계입니다. 목에 걸 때 안쪽으로 회전시키면 안정적으로 걸리고, 책상에 내려놓을 때도 눕히기 편합니다.
플라스틱 이어컵을 처음 만졌을 때는 솔직히 좀 불안했습니다. 가볍다는 건 알겠는데, 이러다 어딘가 부러지는 거 아닐까 싶었거든요. 그런데 사흘 내내 들고 다니고 가방에 넣었다 꺼냈다를 반복해도 멀쩡했고, 구성품으로 포함된 천 소재 파우치에 넣어두면 이동 중에도 부담이 없었습니다.
| FPS 전용 사운드 VS 일반 오디오 감상 |
FPS에 특화된 사운드와 아쉬운 범용성
인존 H9 II는 e스포츠 팀 프나틱(Fnatic)과 협업해서 개발한 제품입니다. 협업이라는 말이 그냥 로고 붙이기에 그치는 경우도 있는데, 이 헤드셋은 실제로 FPS(1인칭 슈팅 게임) 환경에 맞춰 드라이버 튜닝이 되어 있다는 게 느껴졌습니다. FPS 환경이란 발소리, 총성, 재장전음처럼 위치 파악에 핵심적인 음향 신호가 중요한 게임 장르를 말합니다.
제가 직접 FPS 게임을 돌려봤는데, 구석에서 적이 걸어오는 발소리가 방향감 있게 귀에 꽂혔습니다. 어느 쪽에서 오는지 헷갈리지 않으니까 상황 판단이 빨라지는 게 체감됩니다. 저음역대가 과하지 않으면서도 탄력이 있고, 고음역대도 볼륨을 높여도 귀가 쉽게 피로해지지 않는 편입니다. 보통 몇 판 하다 보면 귀가 지쳐서 볼륨을 줄이게 되는데, 이 헤드셋은 그 한계가 조금 더 뒤로 밀려있는 느낌이었습니다.
다만 음악이나 영화처럼 균형 잡힌 음향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기본 세팅이 약간 거칩니다. 고음이 강조된 튜닝이라 클래식이나 어쿠스틱 음악을 틀면 고음역대가 살짝 거슬릴 수 있습니다. 인존 허브(InZone Hub)라는 전용 소프트웨어에서 10밴드 EQ를 직접 조절해야 하는데, 이퀄라이저(EQ)란 주파수 대역별로 소리의 크기를 따로 조정해주는 기능입니다. 저음을 약간 올리고 중고음을 살짝 다듬으면 음악 감상에도 충분히 쓸만한 소리가 납니다. 단, 이 과정이 귀찮은 분들에게는 분명히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경쟁 제품인 오디지 맥스웰은 별다른 세팅 없이도 풍성하고 균형 잡힌 소리를 들려준다는 의견도 있는데, 실제로 FPS 중심이 아닌 다목적 사용자라면 그 차이가 꽤 체감될 수 있습니다. 소니 WH-1000XM6와 동일한 30mm 드라이버를 탑재했다는 점은 분명 강점이지만, 게이밍 특화 튜닝이 범용성을 일부 희생했다는 건 솔직히 인정해야 합니다.
강력한 노이즈 캔슬링과 아쉬운 배터리·마이크 성능
ANC(액티브 노이즈 캔슬링)란 외부 소음을 마이크로 포착한 뒤 정반대 음파를 내보내 소음을 상쇄시키는 기술입니다. 인존 H9 II에서 이 기능을 처음 켰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선풍기 소리와 창문 밖 자동차 소음이 말 그대로 사라졌습니다. 그냥 작아지는 게 아니라, 거의 들리지 않는 수준으로 차단이 됩니다.
게이밍 헤드셋에서 이 정도 ANC 성능을 기대하는 분들이 많지 않을 텐데, 이건 확실히 카테고리를 넘어서는 퍼포먼스입니다. 소음이 많은 공간에서도 게임에 완전히 몰입하고 싶은 분들에게는 결정적인 장점이 됩니다. 인존 허브 소프트웨어에서 ANC 강도를 세밀하게 조절할 수도 있어서, 주변 상황에 맞게 쓸 수 있습니다.
문제는 배터리입니다. ANC를 켜면 사용 시간이 약 18~20시간으로 줄어듭니다. ANC를 끄면 약 30시간까지 쓸 수 있지만, 이 헤드셋을 사는 이유 중 하나가 ANC라면 현실적인 사용 시간은 20시간 안팎으로 봐야 합니다. 하루 종일 쓰다 보면 배터리 표시가 생각보다 빠르게 줄어드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충전기를 늘 옆에 두는 습관이 없다면 중간에 끊기는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마이크 성능은 이 가격대에서 조금 아쉬운 편입니다. 디스코드 통화에서 친구들이 목소리가 평소보다 살짝 먹먹하게 들린다고 했고, 스탠드얼론 마이크처럼 선명한 수준은 아닙니다. 다만 주변 잡음은 잘 걸러주고, 문장이 중간에 끊기거나 필터링 오류가 생기는 일은 거의 없었습니다. 일상적인 음성 채팅 용도로는 충분히 쓸 수 있는 수준입니다.
배터리와 최종 판단
정리하면, 인존 H9 II를 써야 하는 상황과 그렇지 않은 상황이 꽤 명확하게 갈립니다. 제가 경험한 기준에서 이 헤드셋이 맞는 사람의 조건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FPS 게임을 주로 하고, 사운드 플레이가 중요한 분
- 장시간 착용해도 머리가 아프지 않은 헤드셋을 찾는 분
- 집이나 카페처럼 소음이 있는 환경에서 강력한 ANC가 필요한 분
- PS5 또는 PC를 주 플랫폼으로 사용하는 분 (Xbox에서는 무선 수신기가 동작하지 않습니다)
- EQ 세팅을 직접 만지는 걸 귀찮아하지 않는 분
반대로 음악과 영화를 자주 즐기고 별도 세팅 없이 균형 잡힌 소리를 원하거나, 배터리를 충전하는 빈도를 최소화하고 싶은 분들에게는 다른 선택지가 더 맞을 수 있습니다. 소니 공식 제품 정보는 소니 코리아 공식 사이트에서 확인하실 수 있고, 게이밍 헤드셋 선택 기준에 대한 추가 정보는 IGN 코리아 리뷰 원문도 참고하시면 좋습니다.
44만 9천원은 학생 입장에서 결코 가볍게 쓸 수 있는 금액이 아닙니다. 제 경험상 이 헤드셋은 '게임 특화 헤드셋으로서는 상위권'이지만, 모든 상황에서 완벽한 만능 제품은 아닙니다. 구매 전에 본인이 주로 어떤 환경에서, 어떤 목적으로 쓸지를 먼저 정하고, 그 조건에 맞는다면 충분히 값어치를 하는 제품입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직접 착용해보고 결정하시는 걸 권합니다.
44만 원짜리 소니 게이밍 헤드셋, 진짜 돈값 할까?
친구 집에서 소니 인존 H9 II를 사흘 동안 빌려 써봤는데 처음엔 가격 보고 깜짝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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