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글래스 메타 오클리 뱅가드 사용 리뷰 (착용감, 카메라, AI 기능)
러닝할 때 사진 한 장 남기려고 폰 꺼내다가 페이스 끊기는 거,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결국 손에 액션캠 들고 뛰어봤는데 그것도 영 어색하더라고요. 그러다 눈에 들어온 게 메타 오클리 뱅가드였습니다. 2026년 5월 한국에 정식 출시된 이 제품을 직접 구입해서 러닝 두 번에 걸쳐 써봤습니다.
착용감: 고정력은 확실한데, 귀가 좀 압박됩니다
처음 언박싱했을 때 케이스 구성이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C타입으로 충전하는 케이스가 에어팟이나 갤럭시 버즈처럼 배터리 보조 역할을 하는 구조였고, 콧대 패드도 사이즈별로 들어 있어서 핏 조정이 가능했습니다. 패키징만 보면 스마트 글래스보다 프리미엄 커널형 이어폰을 뜯는 느낌에 더 가까웠어요.
실제로 쓰고 뛰어봤을 때 가장 먼저 느낀 건 고정력이었습니다. 일반 안경을 쓰고 러닝하면 조금만 속도를 올려도 코 위에서 흔들리는 게 신경 쓰이는데, 뱅가드는 스포츠 고글 특유의 밀착 구조 덕분에 전혀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IP67 방수등급을 지원한다는 스펙도 실용적입니다. IP67이란 완전한 먼지 차단과 함께 수심 1m에서 30분간 방수가 가능한 등급을 뜻하며, 땀이나 갑작스러운 비에도 걱정 없이 쓸 수 있는 수준입니다.
다만 오래 쓰다 보면 안경 다리가 귀 위를 누르는 압박이 생깁니다. 못 쓸 정도는 아닌데, "편하냐"고 물으면 솔직히 그렇다고 답하기도 어렵습니다. 한 시간 이상 장시간 러닝을 한다면 이 부분이 누적 피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렌즈는 오클리 프리즘(Prizm) 렌즈를 탑재했는데, 프리즘 렌즈란 특정 색상 대비를 강화해 스포츠 환경에서 시인성을 높이도록 설계된 오클리의 독자 기술입니다. 여기에 광량에 따라 자동으로 색이 변하는 포토크로믹(Photochromic) 기능도 있습니다. 포토크로믹이란 자외선 노출 정도에 따라 렌즈 색상이 밝아지거나 어두워지는 변색 기술을 말합니다. 야외 러닝에서는 꽤 유용하게 느껴졌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도수 렌즈 삽입이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시력이 좋지 않은 분들에게는 실질적인 진입 장벽이 될 수 있습니다.
카메라: 1인칭 시점이 주는 만족감은 생각보다 컸습니다
이 제품이 러너들 사이에서 관심을 받는 가장 큰 이유가 카메라 위치입니다. 기존 스마트 글래스들은 카메라가 프레임 왼쪽이나 오른쪽 끝에 달려 있어서 결과물 시점이 약간 어색하게 나옵니다. 뱅가드는 카메라가 렌즈 중앙 상단에 위치해서 1인칭 퍼스펙티브(First-Person Perspective), 즉 내 눈이 보는 시점과 가장 가깝게 촬영됩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이 차이가 생각보다 체감이 컸습니다. 액션캠을 가슴이나 손에 들고 찍은 영상과 달리, 뭔가 내가 실제로 뛰면서 보는 그 느낌이 고스란히 담기는 느낌이었습니다. 카메라 스펙은 1,200만 화소에 최대 3K 30프레임 녹화가 가능합니다. 풀 HD 기본 설정에서는 전자식 손떨림 보정인 EIS(Electronic Image Stabilization)가 작동해서 뛰면서 찍은 영상도 꽤 안정적으로 나왔습니다. 다만 3K로 올리면 EIS가 비활성화되는데, 제가 3K로 테스트해봤을 때 떨림이 생각보다 심하지 않아서 만족스러웠습니다.
영상보다 사진 품질이 더 좋았습니다. 이건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소형 카메라 치고는 사진 디테일이 꽤 살아 있었고, 메타 앱에서 바로 스토리로 올릴 때 자이로스코프 연동 회전 기능이 적용돼서 보는 사람이 폰을 회전시키면 촬영 시점이 따라 움직이는 연출도 됩니다. 주변 반응도 꽤 좋았어요. 단점도 있습니다. 기록 가능한 영상 길이가 기본 3분으로 고정되어 있고, 영상 포맷이 4:3 세로 비율로만 저장됩니다. 유튜브용 가로 영상을 원하는 분들에게는 맞지 않습니다. 파일 전송 속도도 2026년 제품이라고 하기엔 답답할 정도로 느렸습니다. 아래는 카메라 주요 스펙을 정리한 것입니다.
- 해상도: 1,200만 화소, 최대 3K 30프레임 녹화 지원
- 손떨림 보정: EIS 탑재, 단 3K 해상도에서는 비활성화
- 기본 녹화 시간: 1회 촬영 기준 최대 3분
- 비율: 4:3 세로 포맷 고정, 가로(16:9) 촬영 불가
- 저장 용량: 32GB 내장, 사진 최대 약 1,000장 또는 30초 영상 100개 이상 저장 가능
카메라가 LED 경고등과 연동된 점도 흥미롭습니다. 촬영 중에는 전면 LED가 점등되어 주변에 알리고, LED를 손으로 가리면 촬영이 중단되는 구조입니다. 다만 제가 테스트해보니 완전히 가리지 않고 대충 걸쳐놓으면 촬영이 그냥 진행되기도 했습니다. 보안 설계가 완벽하지는 않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실제로 이런 우려 때문에 철인 3종 경기 세계 대회에서는 이 류의 스마트 글래스 사용이 공식 금지된 상태입니다. 웨어러블 기기의 경기 사용에 관한 국제 트라이애슬론 연맹(출처: World Triathlon)의 규정도 이 흐름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AI 기능: 솔직히 많이 실망했습니다
가격이 90만 원입니다. 고글 하나에 90만 원이면 AI 기능에 대한 기대가 자연스럽게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메타 AI는 현재 제미나이나 GPT와 비교하면 체감 성능 차이가 꽤 납니다. 마치 몇 년 전 시리를 쓰는 느낌이랄까요.
가장 실망스러웠던 건 물체 인식 정확도였습니다. "앞에 있는 게 뭐야"라고 물으면 즉시 카메라로 촬영 후 분석하는데, 틀리거나 추측성 답변이 나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차 종류를 물었을 때도 정확한 차종 식별은 실패했고, 근처 러닝 코스를 추천해달라는 요청에 1km 이내 코스는 없다는 답변이 나왔습니다. 실시간 통역 기능도 한국어 지원이 없는 상태입니다. 결국 저는 메타 AI를 타이머 설정 같은 단순 명령어용으로만 쓰게 됐습니다. 헤이메타를 불러서 "3분 타이머 시작해줘" 정도가 실질적인 활용의 전부였어요.
그나마 잘 됐던 건 가민(Garmin) 워치 연동이었습니다. 가민과 연동하면 달리면서 심박수, 페이스 등 운동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음성으로 알려주는 기능이 작동했습니다. 애플 건강 앱과의 연동도 가능하지만, 이 경우 실시간 데이터 수신이 안 되고 운동 종료 후 기록을 불러오는 방식만 지원돼서 체감 활용도가 낮았습니다. 스피커 음질은 예상보다 훨씬 좋아서, 러닝 중에 굳이 무선 이어폰을 따로 꽂지 않아도 될 수준이었습니다. 오픈이어(Open-ear) 방식이라 귀를 막지 않으니 주변 소리를 들으면서 음악도 즐길 수 있다는 점은 안전 측면에서도 장점으로 느껴졌습니다. 오픈이어란 귀를 막지 않고 소리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교통 소음이나 주변 환경을 인지한 채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구조를 말합니다. 스마트 글래스의 AI 성능 발전 추이는 IDC(국제데이터분석기관)의 웨어러블 시장 보고서에서도 주요 변수로 다뤄지고 있을 만큼, 이 부분은 제품 성패를 가를 핵심 요소입니다.
마무리
메타 오클리 뱅가드는 "AI 기기"로 보기엔 아직 아쉽고, "스포츠 카메라 글래스"로 보면 꽤 매력적인 제품입니다. 제가 지금은 사진·영상 촬영과 음악 재생 용도로 주로 쓰고 있는데, 그것만으로도 러닝 경험이 달라지는 건 사실입니다. 다만 90만 원이라는 가격에 메타 AI의 현재 완성도를 대입하면 아직은 선뜻 추천하기 어렵습니다. 40~50만 원대였다면 이야기가 달랐을 겁니다. 삼성과 애플의 스마트 글래스 출시 소식이 나오고 있는 지금, 2~3년 후 이 시장이 어떻게 바뀔지를 생각하면 지금 뱅가드는 그 변화의 초입에 있는 제품처럼 느껴집니다. 러닝하면서 촬영을 즐기고 싶은 분이라면 체험해볼 가치는 충분합니다.
---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6774rFG1VQs
댓글
댓글 쓰기